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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대 법학연구소 · 지구법학회 공동학술대회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 세션 2.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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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2]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

 

두 번째 세션에서는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자연을 위한 법적 담론"을 주제로 지구법학의 이론적 토대와 자연의 권리 주체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공적 이성과 지구법학: 지구법학적 공적 이성의 가능성 – 김도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도균 교수는 지구법학이 단순히 하나의 학문적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이성의 틀 안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법적·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지구와 자연에 법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김 교수는 '공적 이성'이라는 개념적 도구를 제시했다. 지구법학은 합리적 견해 불일치의 상황에서도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적 이성의 가치들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공적 이성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지구법학을 '완전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지구 공동체의 안녕과 인간 및 비인간 존재의 '좋은 삶'을 국가와 인류 공동체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 발표는 지구법학이 학문적 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과 법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탈인간중심적 존엄 개념의 가능성 – 최정호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연구교수)

최정호 교수는 자연의 권리 논의에서 '존엄' 개념이 배제된 점을 언급하며, 이를 인간 너머로 확장해 자연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스위스 연방 헌법과 한국 동물보호법 사례 분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은 형량 불가능성을 의미하는 반면, 동물과 식물의 존엄성은 형량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모순을 지적하면서, 존엄 개념을 인간 너머로 확장할 때 발생하는 개념적 불일치의 원인이 인간 중심적인 전제에 있음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존엄 개념을 정당화하는 다양한 이론들을 검토하며, '소극적 정당화 이론'과 '인정 이론'을 통해 탈인간중심적 존엄 개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존엄성 개념을 '관계론적'으로 접근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존엄성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개되었고, 특히 인정 이론을 발전적으로 해석하여 개체나 종이 지니는 능력이나 속성이 아닌, 구체적 관계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존중의 질서로 재정립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 발표는 인간 중심주의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 논의의 지평을 넓혔고, 존엄성 개념을 관계론적으로 재해석하여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법철학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법인격성 다발 이론과 자연의 권리주체성: 호펠드적 분석의 의의를 중심으로 – 정준영 (서울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정준영 연구자는 자연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하며, 자연의 권리를 둘러싼 기존 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핀란드 법철학자 쿠르키(Ville Kurki)의 '법인격성 다발 이론'을 소개하며 법적 인격을 특정 권리와 의무 요소의 결합체로 분석하고, 자연이 법적 인격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권리를 가질 수 있음을 논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의 권리 테제를 "쾌고감수능력이 없으면서 물리적 실체를 가지거나 일정한 지리적 영역을 점하는 종류의 자연적 존재자는 청구권적 요소를 포함하는 법적 권리를 가진다"고 정식화했다. 또한 자연의 권리 옹호를 위해서는 자연적 존재자가 법적 의무에 상응하는 청구권의 특별한 보호를 받아 마땅한 이익을 가진다는 점을 논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는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법인격성'이라는 틀을 넘어 보다 유연하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발표의 주요 쟁점을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서울고등법원 김진하 판사는 ‘공적 이성’ 개념이 인간 중심적 편견에 치우쳐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를 심사 기준이 아닌 심사 대상으로 공론의 장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인간 중심의 존엄과 자유권 중심 법 패러다임의 특권적 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감’과 '감정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홍 교수는 자연의 권리를 인간 권리 틀에 맞추기보다, ‘의무’와 ‘돌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이를 위한 법적 의무와 제재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두현 교수는 공적 이성의 완전주의적 접근이 ‘위대한 법’ 실현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지적하며, ‘자유주의적 해악의 원칙’을 변형해 지구 공동체 내 다른 존재자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구법학회 회장인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박태현 교수는 롤즈의 ‘중첩적 합의’ 개념을 확장해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공존 질서를 모색해야 하며, ‘상호 인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자연적 존재자의 ‘이익’과 ‘가치’를 입증하는 작업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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