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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자연의 권리를 위한 헌법이론적 고찰: 생태주체, 생태(법)인격, 생태법인에 관한 연구 - 박규환(영산대학교 법학과 교수)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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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논문은 〈연세법학제 48호(2025. 7)〉에 게재되었습니다. 

 

[국문초록]

 

‘강가에 사는 사람’의 권리보호를 위해 상류 지역의 공장폐수 배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소송을 통해 그 시정을 가져오는 것과 ‘강 자체’의 오염 방지를 위해 상류 지역 공장폐수 배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소송을 통해 그 시정을 가져 오는 것은 외관적으로는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소송당사자로서 당사자 능력과 당사자적격을 갖는 것에 의문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는 강 자체가 당사자 능력을 갖는지부터가 문제 되기 때문이다.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권리의 향유 주체는 인간만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즉 누가 왜 권리를 가지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우선 제기된다. 

 

자연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법적 논증을 위해 필자는 ‘생태주체(Ökologische Person)’ 개념을 제안한다. 생태주체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법적주체가 되는 자연의 대상’을 말한다. 현재의 기후 위기 상황 성숙 정도로 보아서는 생태주체 개념의 전면적 수용을 주장하기는 어렵고 대신 과도적으로 “공동체의 ‘특별한 정당성(Sonderlegitimation)’을 획득한 생태주체”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생태주체 개념의 근거는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해석에서 비롯되는데 기후와 생태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상황을 극복해야 공멸을 피할 수 있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헌법 제10조를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구체적으로는 인류세에서 인간의 존엄을 더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간 자체만을 대상으로 헌법 제10조를 보아서는 안되고 인간과 자연 상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헌법 제10조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작용(Wechselwirkung)’이 법질서에 반영 되도록 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 조항의 해석이 그래서 중요하다.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 사례는 좋은 시사점을 주는데 해녀와 돌고래와의 ‘상호작용’이 우리 헌법 제10조의 해석에 포섭된다면 해녀의 존엄성을 더 두텁고 실질적으로 보호하게 되기 때문에 헌법 제10조의 목적과 기능에 더 충실하게 된다. 여기서 돌고래에게 생태(법)인격이 부여되는 ‘특별한 정당성 (Sonderlegitimation)’의 근거가 도출됨은 물론이다. 

 

법인(Juristische Person)처럼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인 ‘법인격 (Juristische Persönlichkeit)’을 일정한 범위의 생태주체에게 부여하여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작용(Wechselwirkung)’을 헌법질서에 반영하여야 한다. 이러한 생태(법)인격이 인정되면 생태주체가 소송상 당사자능력을 가지게 됨은 물론이다. 단지 현실적으로는 후견제도를 통해야 하기에 그 권리행사능력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뿐이다. 

 

특정 자연 대상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 ‘생태법인(Eco Legal Person/Ökologische juristische Person)’이 당장 실천 가능한 현실적 방안으로 주장되고 있는데, 이는 기후 위기를 지나 기후 재앙으로 치닫는 현실적 압력에 의해 결국은 곧 합의될 생태주체와 그 생태(법)인격 제도의 정착 단계 이전에 나타나는 일종의 전환기적 성격을 갖는 매우 자연스러운 제도적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생태법인을 입법화하는 단계에 진입시킨 것은 환경단체들의 오랜 숙원사항인 특정 자연 대상의 원고적격을 법적으로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가 된다. 생태법인은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일반적 도구로 사용될 플랫폼이 되기에 그 시대적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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