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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뉴스 클리핑] 기후위기 시대, 법정에 선 청년들이 던진 질문 "누가 진짜 죄인인가?" (소셜임팩트뉴스, 2025/12/03)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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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현장지식×좋은연구 수상작] ③ 법정에 선 기후활동가들: 붕앙재판 여정기 (강은빈 외 5명)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명백한 현실이 된 지금, 여전히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기업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가 있다면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 침묵 대신 ‘직접행동’을 택하고 기꺼이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선 청년들이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강은빈, 박상준, 이은호, 장윤석, 정윤정, 정이어린 연구팀은 〈법정에 선 기후활동가들: 붕앙재판 여정기〉를 통해 자신들의 지난한 투쟁 기록을 세상에 공개했다. 이 연구는 2020년 한국전력의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을 막기 위해 시작된 시위가 어떻게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이들이 무엇을 질문하고 성취했는지를 담은 치열한 현장 보고서다.

스프레이가 쏘아 올린 공... “우리는 법정을 주전장으로 삼았다”

2021년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두산중공업 사옥 앞 로고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뿌리는 직접행동을 감행했다.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붕앙 2호기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규탄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을 씻어내겠다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였지만, 돌아온 것은 ‘재물손괴죄’와 집시법 위반 혐의였다.

이들은 법정에 서게 된 상황을 단순히 처벌받거나 회피해야 할 위기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법정을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 ‘주전장(主戰場)’으로 삼았다. 활동가들은 “우리는 재판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기후 파괴를 지속가능하게 뒷받침하는 현행 법질서와 싸우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기성 세대가 만든 법이 기후 악당 기업의 이윤은 보호하면서, 미래 세대의 생존권은 외면하는 모순을 법정 한복판에서 폭로하고자 한 것이다.

법정에서 외친 ‘지구법’... 기업의 재산권에 균열을 내다

활동가들은 재판 과정에서 기존의 법 논리에 균열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기업의 사유재산권만이 신성시되는 법정에서, 그들은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재난 상황을 환기하며 자신들의 행동이 ‘긴급피난’이자 정당행위임을 주장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변호인단, 법학자들과의 창의적인 협력이다. 이들은 인간 중심의 법체계를 넘어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의 논리를 과감하게 재판에 도입했다. 박태현 교수 등 전문가들이 작성한 의견서는 활동가들의 행동이 단순한 범법 행위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생존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저항임을 법리적으로 뒷받침했다. (※ 지구와사람 편집자 주: 해당 의견서에는 지구법학회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2024년 대법원은 활동가들의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사회운동을 처벌해 온 법조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해외의 사례가 아닌 우리의 사례로, 기업의 재산권이라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며 그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지구법이라는 낯선 학문이 한국의 법정이라는 현장에 발을 붙이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승소 그 이상, ‘돌봄’과 ‘성찰’로 단단해진 공동체

연구팀은 이번 재판의 성과가 단지 ‘승소’라는 결과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수년에 걸친 재판 과정은 활동가들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돌봄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고서에는 거창한 투쟁 구호 뒤에 숨겨진 활동가들의 섬세한 고민과 성찰, 이른바 ‘소문자 역사’들이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프레이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당초 내부에서는 잘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를 사용하자는 강경한 의견도 있었으나, 한 청소 노동자가 보낸 메시지가 이들의 생각을 바꿨다. “당신들의 의도는 알겠으나, 왜 내가 새벽부터 고생해야 하느냐”는 항의였다. 활동가들은 치열한 토론 끝에, 구조적 가해에 저항하되 그 대가가 가장 취약한 노동자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들은 세척이 용이한 수성 스프레이를 선택하고, 직접 청소까지 마무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이들의 운동이 맹목적인 파괴가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피는 윤리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세대 간의 연대 또한 이들을 지탱한 큰 힘이었다. ‘60+기후행동’ 등 기성세대 활동가들은 재판 때마다 법정을 찾아와 “너희가 옳다”는 피켓을 들고 응원을 보냈다. 연구팀은 “세대를 이어 같은 싸움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연결의 경험은 기후 운동이 단순히 젊은 세대만의 외침이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액티비스트 리서치: 현장이 곧 연구실이다

이 보고서는 연구자가 외부에서 관찰한 기록이 아니다. 시위를 기획하고,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받고, 서로를 다독였던 당사자들이 직접 쓴 ‘액티비스트 리서치(Activist Research, 실천적 연구)’의 결과물이다.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장윤석 씨는 “현장과 연구가 분리되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넘어서고 싶었다”며, 연구자가 구체적인 현장에 존재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과 삼척의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가동 중이며, 기후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이어달리기”의 힘을 확인했다. 5년 가까이 이어진 여정에서 누군가는 지쳐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합류했지만, 바통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이들의 기록은 기후위기 시대, 법과 정의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묻는 중요한 나침반이자, 지치지 않고 서로를 돌보며 싸우는 법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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