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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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유재스페셜] 'Journey of the Universe의 교육학' - 메리 이블린 터커 박사 초청 강연 (2월 12일)
  • 2019-03-28
  • 266

지구와사람이 2019년 2월 12일 토마스 베리의 제자이자 "Journey of the Universe(2011)"(한글번역 "우주 속으로 걷다")의 공동저자인 메리 이블린 터커 박사를 초청해 첫 번째 'YUJAE  SPECIAL' 강연을 개최했다. "Journey of the Universe"는 우주로부터 창발한 지구와 인간의 연대기를 정리한 책으로,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어 2012년 에미상 최고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했다. 메리 이블린 터커박사는 공동저자인 브라이언 스윔과 함께 이 책과 다큐멘터리를 교재로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날 강연은 지구와사람의 새로운 공간, 유재에서 책의 의미와 교육과정에서의 성과와 방법론 등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듣고 배우며 토론할 수 있었던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아래는 강연 녹취록이다.



강연 영상 및 녹취록



​진행 :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통역 : 이정규 (노원우주학교 관장)

사회: 오늘 행사 사회를 맡은 저는 안병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희가 터커 교수님을 지난번에 한국에서 뵌 지가 2년 정도 됐습니다. 그때는 집이 없었지만, 그 동안 강 대표님 중심으로 우리 나름의 좋은 공간을 마련했고, 터커 교수님이 해외에서 오신 첫 번째 강사이십니다. 터커 교수님이 미국에서 저희와 미팅을 가진 이후에 세계적인 온라인 코스를 만드셨어요. 그래서 오늘 그런 얘기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터커 교수님에 대해서 짧게나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터커 교수님은 저희 지구와사람의 출범의 모태가 됐던 토마스 베리라고 하는 문명비평가의 사상을 공부한, 어떻게 보면 수제자라고 할 수 있는 분입니다. 토마스 베리의 생태적 사상을 줄곧 탐구해오셨고, 특히 동양의 우주론적인 철학에 대한 근저를 아주 깊이 있게 추적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저희와도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예일 대학에서 종교와 생태 포럼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제가 자세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시는 분일 테고요, 출간된 『Journey of the universe』는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져 에미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그럼, 터커 박사님 모시고 직접 말씀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터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서게 된 게 저한테는 매우 큰 즐거움입니다. 예전에 뵌 적 있는 분도 있고 새로 뵙는 분들도 계신데, 모두 반갑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금실 변호사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 전합니다. 한국의 향기와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집을 장만하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또 저를 불러주신 오랜 친구 이재돈 신부님과 김흡영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주제는 아주 큰 주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이 순간이 지구에게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고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헌신을 하고 어떻게 에너지를 쏟을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우주 이야기를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따라서 지구의 미래가 달려있는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인간으로서 어떤 방향을 정립하고 땅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일깨우고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와 역할에 대한 감각을 주기도 하고 세계관과 윤리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기 보시는 그림처럼 유명한 아담과 하느님 사이의 창조 이야기도 있고요, 창세기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힌두교의 신화를 보면, 세계의 바다가 돌면서 세상이 태어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주론’이죠.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찰스 다윈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우주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달에서 지구를 바라본 이 사진이 우리의 상상력을 또 바꿔놓았습니다. 토마스 베리 신부님께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1978년에 하셨습니다. 이 새로운 이야기는 과학과 인문학이 가진 이야기를 통합하고, 우주와 지구의 진화사를 얘기하는 데 있어서 경이로움과 경외감을 같이 이야기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과학에서 얘기하는 바와는 조금 다르죠. 그래서 이 이야기는 우주론으로서 제대로 기능하는 동시에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토마스 베리 신부님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여기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하신 유명한 말씀을 몇 마디 적어놨는데요, “우리에게 자살과 타살에 관한 윤리는 있지만, 생명 살해나 지구 살해에 대한 윤리는 없다”라는 말씀. 그리고 “지구는 주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주체들의 친교다”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과 지구가 서로를 강화시키는 그런 관계다”라는 말씀도 하셨었지요.  
그리고 이것에 영향을 준 또 다른 분으로 유교학자 뚜 웨이밍 선생님이 계십니다. 예전에 하버드에서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만에 계십니다. 이 새로운 이야기 안에 우주론과 생태론, 그리고 윤리가 모두 포함됩니다. 이것은 인간중심주의적인 관점에서 천天 ․지地․ 인人의 세계관으로 움직여 가는 것인데요, 유학과 도교에서 이야기하는 이런 관점들은 뚜 웨이밍 박사가 많은 영향을 준 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새로운 이야기에는 동양의 전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생태적인 자아, 우주적인 자아를 찾아가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 이야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새로운 우주론에서 한국이 중요한 이유는 서구에서는 이미 이 천․ 지․ 인의 세계관을 잃어버렸지만, 한국,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이런 세계관이 아직 잘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계보는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시겠지요. 
1992년에 브라이언 스윔과 토마스 베리가 『우주 이야기The Universe story』를 썼습니다. 그리고 20년 후에 『우주의 여정Journey of the Universe』, 한국말로는 『우주 속으로 걷다』라는 책이 나왔죠. 이 책들이 한국어는 물론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됐습니다. 또 이 우주 이야기를 전하는 첫 번째 필름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공영방송인 PBS에서도 방영됐었고,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통해서도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있었고요. 이 ‘대화’ 편에서는 열 명의 과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이 진화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하고, 또 열 명의 환경학자, 환경운동가들이 지금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위대한 과업을 기술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 안에는 경제와 도시, 인종, 에너지, 식품, 교육, 예술, 원주민들의 삶에 대한 견해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서 온라인 코스에 대해서 잠깐 보여드렸었는데요, 우주의 여정에 관해선 두 코스가 있습니다. 하나는 토마스 베리 신부님에 관한 코스가 있고요, 지금까지 2만 4천여 명이 참가를 했습니다. 현재 중국어로 번역이 되었고, 곧 한국말로도 번역이 될 것 같습니다.  
‘인류세’라는 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입니다. 인간이 지구 행성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런 시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태적으로, 사회적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를 짚어보자면, 우선 기후변화에 관한 생태적 정의가 필요합니다. 오염 등 독성물질로 인한 식품 안전도 생각해야 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점점 커져 누군가는 극단적으로 부유해지면서 소비주의에 빠진 상태로 인간이 계속 진보할 수 있을 거라고 꿈꾸고 있는 관점 등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신생대(cenozoic)에서 생태시대(Ecozoic Era)로 이동하는 것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천 5백 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후 지금 우리는 여섯 번째 멸종기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우주와 지구공동체와의 새로운 친밀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깨어나고 있는데요,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얘기하셨던 것처럼 이를 통해서 우리가 생명이 번성하는 그런 생태시대로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Deep Time’이라고 하는 진화적 맥락을 생각해 볼 때, 진화와 아름다움에 같이 깨어나고 멸종과 파괴에 같이 깨어나야 합니다. 진화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이야기이고, 생명 역시 혼돈과 창조성으로부터 진화해 왔고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모든 스케일- 은하든 행성계든 생태계든 -에서 자기 조직(self-organizing)하는 과정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복잡계’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은하와 별들이 자기 조직하는 과정에서 태양이 등장하게 됐고, 지구가 등장했고, 그 다음에 물이, 생명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바라보는 걸 ‘Deep Time’이라고 얘기를 하죠. 단세포 생물이 처음 등장하는 데 10억 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 이전에 화산이 폭발하고, 산맥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 십 억 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항상 이 과정에 속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렇듯 상호 연결된 생태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런 진화와 생태, 생명의 공동체 안에서 보면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이라든가 동물 행동 안에서의 관계성, 또는 숲이 가지고 있는 상보적인 공명관계라든가 지구 공동체의 번영 이 모든 것에 대해 많은 걸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동물 행동- 불교에선 유정有情한 존재라고 하던가요?-에서 나타나는 것들, 그리고 숲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 등 숲이 가지고 있는 상보적인 공명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간 의식 속으로 폭발하듯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개인주의(individualism)적인 것과 전체를 바라보는 생각(Holism)ㅡ 이 두 가지 이야기 사이에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국가중심주의로 보느냐 국제적, 전체적으로 보느냐 경제를 중심으로 보느냐 우리의 안녕을 중심으로 보느냐 비폭력 또는 인종주의, 성차별, 계급주의로 볼 것이냐 아니면 포용하고 서로 호환하는 것으로 갈 것이냐 극도로 발달한 개인주의에 반해서 지구 헌장처럼 지구 공동체로 볼 것이냐 아니면 분리해서 볼 것이냐 하는 그런 여러 견해들 사이에 있는 거죠.  
개인주의를 발달시킨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은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계몽주의에서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추구’라는 개인주의적 가치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모두가 상호 의존하는 가치가 되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생명’이란 모든 생명체를 다 포함하는 것이어야 하고, ‘자유’를 이야기할 때엔 지구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행복’은 우리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그 감각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어떤 물질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 하는 양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확장된 가치들이 단지 아이디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발현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경우, 뉴욕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을 들 수 있습니다. UN에서 선포한 ‘지구헌장(Earth Charter)’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NGO들이 저항하고 있고요, 종교와 생태 분야에서도 그렇고, 『우주 속으로 걷다』도 그 일부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2000년에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됐던 것입니다. 긴 계단을 쭉 올라가 보면 거기에 우주진화사가 진열이 되어 있습니다. 그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면 유리관 안에 머리카락 하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긴 계단을 통한 여정을 통해서 ‘Deep Time’에 대한 인식을 준 다음에 딱 머리카락 하나만큼의 역사 안에 인간이 자리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다음 ‘지구관’에 가시면 ‘판 구조론’을 통해서 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 화산 활동 등-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8년에 그곳에서 컨퍼런스를 하면서 봤더니 이 그림들이 전부 멸종한 새들의 그림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생명의 다양성관’이 만들어졌습니다. 
1987년에 UN에서 나온 ‘우리 공동의 미래’라는 보고서에는 우리가 어떻게 지구의, 우주의 시민이 될 것인가, 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가 1992년 ‘생명의 다양성 회의’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 1992년 뉴욕 회의에서 했던 것은 우리가 ‘독립’에서 ‘상호 의존’으로 가는 것에 대한 선언이었습니다. ‘지구 헌장’의 서문에 보면,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얘기했던 ‘우주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진화하는 우주의 일부이고, 우리의 집인 지구는 살아있고, 거기엔 독특한 생명체가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태적인 통합, 사회 경제적인 정의,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 등의 가치를 내세운 게 ‘지구 헌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바로 ‘상호의존성’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 보시는 것은 역사상 기후 변화 운동에서 가장 대규모로 일어났던 2014년 9월 뉴욕에서 있었던 운동입니다. 그리고 작년, 아니 벌써 재작년이 되었네요, 북미 원주민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말씀드렸던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인간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우주의 시민’이라는 사실을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지구헌장’에서는 우리가 지구공동체 구성원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아이디어는 “별이 우리의 조상이다” “우리는 공통의 유전적 언어를 나누고 있다” “모든 생명과 동등하게 형제자매 관계를 맺고 있다” 등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지구 전체가 번영할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니 네스(Arne Naess)라는 노르웨이 철학자의 ‘생태적 자아(Ecological Self)’라는 단어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이 함께 달려 있다”라는 생태학의 근원은 우리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살아있는 모든 존재, 생태계, 지구 그리고 그것이 가진 긴 역사와의 관계에 모두 해당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인용은 “우리 인간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전체의 일부인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일부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나머지와 분리된 무언가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의식에 있어서의 착시입니다. 그리고 이 착시 혹은 망상이 우리에게 일종의 감옥으로 작용하여 개인의 욕망과 우리에게 가까운 몇 명에게만 애정을 제한하도록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과업은 이 감옥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와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포용하는 자비심의 서클을 더 키워나감으로써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게 바로 동양의 천․ 지․ 인의 세계관이자 토마스 베리 신부님, 그리고 『우주 속으로 걷다』에 담겨있는 세계관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회: 네, 감사합니다. 시간이 충분하기에 가급적 많은 선생님들의 질문을 통해 터커 박사님으로부터 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을 준비하시는 동안 우선 제가 먼저 질문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생태계에 진입한 것인가요, 아니면 아직 이행기인가요?

터커: 이행 중입니다. 

사회: 그 질문을 드린 이유는 가면 갈수록 기후 변화에 대해 과학자들이 “이제 거의 불가역적이다”라고 얘기하면서 2020년까지 우리가 급진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많은데, 터커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터커: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이 문제에 대해서 거의 40년 동안 말씀하셨기 때문에 저도 그것에 대해서 오래 생각을 해왔습니다. UN도 오랫동안 보고서를 내왔고요. 저도 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고 새로운 종류의 ‘액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젊은 친구들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전환기에 있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왜 ‘우주의 시민’이라고 얘기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역: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2017년 『DrawDown』(by Paul Hawken and Tom Steyer)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제가 30년 동안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산화탄소를 삭감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다 모아 봤더니 하나 하나로는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지만, 다 합치면 되돌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책입니다. 거기 ‘톱 솔루션 20’을 보면 넘버원이 냉장 냉비예요. 우리가 흔히 co2 감소를 따질 때 에너지하고 교통을 얘기하는데, 이걸 다 합친 게 30퍼센트 정도라면 음식물이 34퍼센트입니다. 더 높은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 가령 로컬 푸드 먹자고 하는 이런 것들이 다 효과가 있고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거죠.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데, 아직 국내에선 출판사가 판권만 가지고 있고 출간은 안 된 상태입니다. 

질문2: 통역께 하나만 참고 말씀드리자면, 뚜 웨이밍이 말한 개념을 아까 천․ 지․ 인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anthropo' 즉 인간, ‘cosmos' 즉 우주를 합친 것으로 옛날 유교에서 말한 ’천인합일사상‘을 발전시킨 것을 말합니다.  

통역: 감사합니다.

질문3: 저도 토마스 베리에 대해서 공부를 해왔는데요, 제가 질문 드리고 싶은 건 우리가 원주민이라든가 동양 등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나 세계관들을 빌려왔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가 생태대로 옮겨가는 데 충분할 것인가 라는 게 첫 번째 질문입니다. 두 번째는 기술에 관한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미래를 얘기할 때 기술을 배제할 수 없을 텐데, 이것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 말씀 듣고 싶습니다.

터커: 세계 문화에 대한 이해만으로 충분한가 라는 질문에는 답을 “예스”라고 전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여러 회의를 통해서 다양한 세계관을 살펴봤던 것이고,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책을 내게 됐던 것입니다. 전 세계에는 정말 고유한 생태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교든 도교든 서양의 것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우주의 여정 안에는 이런 세계관들이 다 녹아들어 있지만, “나는 영적인 것은 좋지만 종교적인 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우주 속으로 걷다』에 다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는 토마스 베리 신부님의 큰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도 당연히 정말 중요하죠. 인공지능이라든가 하는 것들도 좀 더 배우고 싶은 영역인데요, 지금 브라이언 스윔 교수님과 이 부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없었다면 제가 여기 오지도 못했었겠지요. 비행기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영화도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필요한 기술과 에너지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공동체에 접속을 하고, 의료적인 치료도 받습니다. 그렇듯 적절한 형태로 사용하는 게 참 중요한데, 기술을 사용할 때 지구공동체라는 렌즈를 통해서 지구공동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태양이나 풍력 같은 것들을 이용해서 말이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아시죠? 이 책이 천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하는데, 만약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이 책을 보셨다면 “기술이 모든 것을 고쳐줄 거야”라는 주장의 대표적인 예일 거라고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여기에 대해서 끔찍해 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이 책이 왜 천만 부나 팔렸는지 끔찍한데,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질문4: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생명과 과학, 이 두 가지에 관련해서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궁금증이, 인간의 욕구가 기술의 진전을 가지고 온 건 사실이고 기술의 진전이 인간의 욕구를 자극해서 지금까지 기술 발전으로 전개 되어 왔습니다. 브레인 엔지니어링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활성화가 되어있습니다. 그것과 관련된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인간의 욕구와 관련된 이런 불확실성,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윤리성에 대한 고민보다도 어떻든 진보를 통해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선생님이나 또는 지구법을 공부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과학기술의 동반자적 발전이 좋게 끝날 것인지 안 좋게 끝날 것 같은지 혹시 예측하고 계신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터커: 과학기술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하는 질문이신데, 이미 일부는 나쁘죠. 제가 1974년에 한국에 처음 왔었는데,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배를 타고 왔었습니다. 지난 40~50년 동안 한국이 얼마나 바뀌었고,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이 변화에 대한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작은 변화가 아니라 큰 변화 심지어 심각한 변화에 대한 희망이 크다는 걸 목격했습니다. 제가 이재돈 신부님께도 말씀드렸었는데, 지난주에 예일 대학에서 학생들이 모였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정말 희망을 많이 줬고요, 『우주 속으로 걷다』에서 이야기하는 관점에 젊은이들이 목말라하고 있었구나, 하는 걸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당장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하는 미래, 서로 공유하는 미래 없이는 진정한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가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미래에 기술은 분명히 일부가 되어야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학적인 이야기 이상의 것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깊이를 주고 내면성이나 영성에 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토마스 베리 신부님의 귀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술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간 정신이 추구하는 것이 이런 깊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뿐만 아니라 (비슷한 어원을 가진) 예술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5: 안녕하세요. 진정성 있는 강의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강의 내용 중에서 언급되었었는데, 지속 가능한 환경생태계에서는 자연과 인간생태계 사이에서의 형평성, 세계 내의 형평성, 그리고 세계 간의 형평성을 들 수 있는데, 그 형평성이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는 생태계의 형평성인지 생각하시는 기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터커: ‘지구헌장’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우주론’하고 ‘생태론’ 그리고 ‘정의와 평화’인데요, 이런 원리들이 잘 통합이 되어야 합니다. 지구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이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참 힘든 순간인데, 미국 같은 경우 지금 최악의 지도자를 보고 있어서 우리 미국인들에겐 상당히 속상한 순간입니다. 이 지도자가 우리의 어두운 면과 동시에 긍정적인 면들을 같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음양을 잘 다루어 나아감으로 해서 지구공동체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지금은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저항하고 있는데, 이런 더 큰 세계관, 천인합일의 세계관이 고통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민주화에 대한 공격으로 고통을 많이 받고 있고, 정말 몸이 아픈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충격 속에서 새롭게 존재하는 방식으로 다른 세계, 그러니까 미국이라는 버블 안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그것을 깨고 나와서 더 큰 세계로 떠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이런 것들을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린 뉴딜(Green New Deal)에 대해서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선샤인 무브먼트(Sunshine Movement) 지도층이 아까 말씀 드린 지난주 예일 대학 모임에서 강의를 했는데, 너무나도 힘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이것은 정말 멈출 수가 없겠구나 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질문6: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면 인간이 고도로 발달한 소통능력은 가지게 된 것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아까 소속감, 상보성, 관계성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참 아름다운 개념이긴 한데, 우리가 가진 언어라는 게 사실 제한적인 소통 수단입니다. 신이나 다른 존재들은 춤이나 노래라든가 심지어 침묵조차도 소통 수단이 되었지만, 인간의 언어는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로부터 차단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좀 실험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생태적인 자아라든가 더 큰 자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 수 있을까 여쭙고 싶습니다. 언어가 가지는 과학적 성취도 있지만, 이 언어가 다른 방식의 소통수단으로부터는 우리를 차단시켜 버렸기 때문에 더 큰 소통수단을 잃어버리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질문입니다.

터커: 질문하신 그런 부분이 ‘Journey conversation’에 담겨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든지 맥락이 중요하고 빅 스토리가 중요한데, 그런 스토리가 바뀌어야지만 작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고 토마스 베리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네 개의 기관 - 경제, 정치, 교육, 종교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아주 큰 전환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생태적 경제학’이란 단어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치에서도 ‘녹색정치’를 이야기하고 있고, 아까 말씀 드렸던 ‘그린 뉴딜’ 같은 건 미국에선 전례가 없었던 일입니다. 교육 같은 경우도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이 환경 교육하는 곳으로선 최고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한 주에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서너 개씩 열리고 있습니다. 동양에서 서양에서 남미에서 다양한 생태적인 주제들을 많이 가져 오시는데 제가 다 못 받아 적을 정도죠. 그런 것들을 통해서 긍정적인 이야기도 듣고, 부정적인 이야기도 듣게 되지만, 아무튼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환경 프로그램을 가진 대학원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각 대학마다 여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정도입니다. 

질문7: 2050년이면 지구 온도가 거의 핵폭탄 급이 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 많은 긴장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지구 온도 1.5°C를 막지 못한 겁니다. 지구 온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인류에게 전해줄 교수님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터커: 사실,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환경 난민들이 많지 않습니까. 제가 매일 아침 일어나 물 한잔 마시면서 그분들을 생각합니다. 환경 난민이 이미 2천 백 만 발생했고요, 그 분들 사진만 봐도 제 가슴이 무너집니다. 북극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이야기도 잘 알고 계실 텐데, 우리가 지금 미국 사회에서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 세계사적으로 봤을 때도 최악의 시기입니다. 의식주가 다 해결되었다고 해서 이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정신적, 집단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세대 간의 악수’라는 걸 강조하면서 상황이 너무 슬프고 절망스럽고 희망이 없기도 한 게 현실이기는 한데, 그렇기에 이 시점에 중요한 게 영성이고 윤리이고, 새로운 개념의 번영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우리에게는 기술도 있고, 가능성도 있고 긍정적인 정책들이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건 인간의 에너지인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무너지면 우리의 마음이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만 희망을 계속 살려나가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미래 세대들에게 정직하게 현실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이 친구들의 창조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질문8: 우선 선생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처음에 선생님이 아주 큰 주제라고 하셔서 사실 제가 무엇을 질문 드려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경험을 하나 얘기하겠습니다. 2008년도의 일입니다. 미국 부통령이었던 엘 고어가 참석한 가운데 하버드 학생들이 ‘환경보호와 기후변화’라는 행사를 했습니다. 그 행사의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일회용 접시와 일회용 칼과 일회용 포크가 지급됩니다. 그래서 제가 한 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환경보호를 하자고 하면서 일회용품을 쓰는 게 무슨 의미인가?” 그랬더니 학생이 “그것이 훨씬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라고 답을 합니다. 그때, 새로운 포용성을 강조하는 과학과 기술을 대할 때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일회용품을 써야 하는가 아니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다른 걸 쓰는 게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터커: 제가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데 있어선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예일 대학에서는 일회용품 안 씁니다. 이게 10년 동안 일어난 변화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영향력을 위한 투자’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합니다. 어떻게 미래에 영향력이 있는 투자를 할 것인가라는 것인데, 이 사람들이 대안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 끌어올렸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고위층 사람들은 경제 시스템 자체를 그쪽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런 논의의 장으로 나와서 ‘녹색경제’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고요, 다음 세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기업에서는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녹색경제’를 고민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일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실용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환경단체에서는 - 회원수가 350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 지난 크리스마스 때 이사회 멤버들에게 『우주 속으로 걷다』를 선물했습니다. 다음번엔 다큐멘터리 영상을 같이 볼 거라고 하더군요. 주말 피정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생태적 자아, 우주적 자아를 되찾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런 작업들을 하기 위해서는 희망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직원들이 그걸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통해 회복성 내지 탄력성을 양육하는 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 안에 『우주 속으로 걷다』의 관점을 집어넣고 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틀을 벗어난 사고들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생태계만을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함께 가지고 가야하는데, 그러려면 ‘Great story’가 필수적입니다. ‘위대한 과업’을 위해선 ‘위대한 이야기’가 필요한 거죠. 록펠러 재단의 형제들만 해도, 『우주 속으로 걷다』를 봤습니다. 물론 이 책을 보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그 사람들이 2014년에 석탄 석유 투자를 철수했습니다. 그걸 보면 그 사람들의 사고가 넓어진 걸 알 수 있는 거죠. 아이디어가 바뀌면 행동이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9: 월스트리트 경제 체제의 변화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기술 발전에서의 혁신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터커: 실리콘벨리나 스탠퍼드 대학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기술 업계의 리더들도 기술이 가진 어두운 면들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자녀가 휴대전화를 계속 들고 있는 게 싫더라고 얘기하면서 다른 교육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이죠. 기술 분야의 사람들도 기술이 과잉되는 건 좋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달에 갈 필요가 없다, 그런 것이 오히려 기술을 더 제한하는 면이 있어서 지구부터 돌봐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우리의 집인 지구라는 행성이 태양계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에서 너무나도 독특하고 고유한 행성이기 때문에 이곳과 어떻게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10: 오늘 강의 잘 들었습니다. 터커 교수님이 페미니스트라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러신지 잘 모르겠는데, 토마스 베리 신부님의 『지구의 꿈』을 보면 가부장에 대한 챕터가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에코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오늘 말씀하신 국가, 종교, 경제제도에서 가부장적 요소들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터커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생태대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에코 페미니스트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터커: 당연히 아직도 페미니스트입니다.(웃음) 제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던 적은 없고요, 제겐 정말 훌륭한 남편이 있어서 지금 여기 혼자 와서 여러분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겁니다. 남편이 강 변호사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지지해 주었습니다. 에코 페미니즘이 이 책을 쓰던 초기에는 굉장히 강했었는데 조금 내려가다가 요즘 다시 상승세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이 반갑고, 제가 개인적으로 첫 번째 여성, 첫 번째 여성, 첫 번째 여성이라 불린 게 매우 많습니다. 그 유리천장들을 깨느라 제 머리가 너무 많이 아픕니다.(웃음) 들려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참 많지만, 학계는 지금도 여성들에게 너무나 어렵습니다. 제가 13년 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대학원이라는 곳에 왔을 때 여성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교수회의에 가서도 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참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죠. 그렇지만 우리는 과학이 가지고 있는 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바꿔야 하고요. 과학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조금 내려다보면서 코웃음 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이라는 건 우리에게 내장된 정말 강렬한 힘을 가진 것들을 많이 회피하죠. 예를 들면 영성이라든가 예술이라든가 창의력 같은 것들을 외면합니다. 경험주의적인 세계관, 즉 경험 자체가 세계관이 됐을 때 모든 것이 대상화될 수밖에 없고, 거기에는 여성들도 포함이 되는 겁니다. 이런 세계관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기후 변화 문제에 있어서는 과학자들이 부분적으로 문제를 키운 면도 있습니다. 굉장히 오만한 태도, “우리는 이럴 권리를 가지고 있어”라는 식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지만 우리가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꿔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이라는 게 객관적인 대상에 대한 탐구 방법을 통해 발전했다면, 이런 방법론 자체가 세계관이 됐을 때 소수자라든가 여성, 자연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런 점에 대한 비판으로 토마스 베리 신부님께서 “우리는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주체들의 친교다”라는 유명한 말씀을 하시게 된 것입니다. 대상으로 놓이는 게 아니라 주체성을 회복하자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사회: 네, 말씀 더 듣고 싶지만, 내일 교수님이 평창에 가셔서 열정적인 강의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마치고요, 온라인 코스를 통해 더 많은 소통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즐거운 일이 별로 없는데요, 오늘 저희들에게 정말 멋진 에너지, 특히 이 새로운 공간에 특별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주신 터커 박사님께 정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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