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법강좌

지구법강좌는 지구법(Earth Jurisprudence)을 국내에 소개하고, 현재 인간중심주의의 산업문명이 초래한 폐해들을 다루며 대안을 연구,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사단법인 선과 공동 주최로 연 4회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지정 변호사 인정 연수 프로그램으로, 주요 대상은 거버넌스 체계의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법률가-변호사와 로스쿨생 등입니다.

지난 강좌 소개
2015 제 4회 지구법강좌 ‘생명의 과학과 법의 과제’ (12월 21일)
  • 2016-06-25
  • 347




‘생명’을 주제로 생명과학의 문제를 다뤘다. 송기원 교수(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생명>의 저자)는 생명과학의 발달에 따라 인위적으로 생명이 변형되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며, 새롭게 제기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던졌다. 이어 생명과학의 발전에 따르는 사회변화의 현실도 살피며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 거버넌스 시스템의 문제, 즉 현실과 법제도와의 괴리를 지적했다. 생명에 대한 인간의 개입과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윤리와 법제도 문제, 그 해결 방안의 한계까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보스턴미술관에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작이다. 송기원 교수는 이 그림을 함께 공유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수정란이 사람이 된다. 수정란 속 DNA에 담긴 프로그램대로 우리는 자라나고 생활한다. 그런데 그 인간이라는 생명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 인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의 구성 원자 98%는 매년 다른 원자로 바뀌고 있다. 구성원자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1년 전의 나와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원자는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지구는 계속적으로 물질을 교환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인간 유전체(Human Genome)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 인간은 30억 염기쌍에 2만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음이 알려졌다. 연구 결과, 모든 인간은 유전적으로 99.9%가 동일한 존재이고, 인종에 대한 정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성과의 축적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유전정보 제공 서비스가 이미 시작되었다. 100만 원이면, 당신의 모든 유전 정보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개인 맞춤의료 시대, 개인 맞춤 예방의료 시대가 되었다.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유전체에 따른 차별이 본격화될 수 있다. 유전자 매칭을 자랑하는 결혼정보업이 자랄 수 있다. 의료보험도 유전정보에 따라 보험료 부과에 차별이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차별을 초래하는 유전정보를 누가 어떤 규범에 따라 관리하여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미국은 ‘유전정보 차별금지법’을 만들었다. 우리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개인정보보호법도 있다. 하지만 추가로 유전정보도 보호되는 개인정보인가, 관리주체는 누구인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법률가들의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험관아기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맞춤 아기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하나의 세포만 검사해도 250개의 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질환이 예상되는 아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 ‘쌍둥이별(My Sister`s Keeper)'에서처럼 하나를 더 낳아 하나를 위한 예비로 삼겠다는 사람은 어찌할 것인가? 동성 간에도 체세포복제와 대리모출산 등의 방식으로 생식이 가능하긴 한데, 이를 인정할 것인가? 수정란의 유전자를 편집해도 되는 것인가? 심각한 윤리 문제가 시작되고 있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식용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질을 통한 새롭고 유용한 생물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퍼 근육질 돼지가 현실화되었다. 식량문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환경오염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신성장동력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편 생태계 교란, 바이오 테러 등 통제될 수 없는 부작용이 걱정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생명종에 대한 규율이 없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인간 이외의 생명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이다. 

또, 인간이 기계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 장기, 인공 팔다리, 뇌와 컴퓨터의 연결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처럼 유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결과 인간은 강화되고 있고, 생물체의 변형은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먼저 생명과 물질의 구분과 관련한 생명윤리에 대한 합의가 시급하며, 인간의 활동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하다. 인간의 활동으로 매년 3만 종의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다. 대멸종의 시대다. 인간 사회를 지구와 양립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통제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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