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4일, 지구와사람 지구법학회는 사단법인 선, 국회의원 이소영 의원실과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회 "시민을 위한 지구법"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지구법"은 지구법학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논의하는 공개적인 소통의 장으로, 올해는 『숲이 사라질 때』 책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와 산림 생태계 문제를 심도 있게 진단하고 지구법학의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사단법인 선의 김보미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숲이 사라질 때』의 저자인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 공우석 소장님의 강연과 지구법학자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홍 교수님과의 대담, 그리고 참여 시민들이 질문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강연] 숲이 사라질 때 – 공우석 소장

지구촌의 고민거리: 복합적인 환경 위기
공우석 소장님은 UNEP(유엔환경계획)이 2021년 지정한 환경 현안인 기후변화, 생물 서식지 파괴, 외래종 문제 등을 시작으로, 네이처가 선정한 글로벌 핫이슈 10과 세계경제포럼의 향후 10년 지구촌 위협 요인을 소개하며 환경 문제의 다층적인 심각성을 환기했습니다. 특히, 경제계의 시각에서도 기후 행동 실패, 극단적인 날씨, 생물다양성 소실이 주요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환경 문제가 더 이상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임을 시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상황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7대 메가 트렌드 분석 결과, 에너지 및 자원 고갈, 기후변화 및 환경 문제 심화가 주요 과제로 지적되며, 우리 사회도 지구적 위기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비가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기후 위기에 이르기까지: 지구 역사 속 인류의 영향
강연은 기상(Weather)과 기후(Climate)의 구분에 이어, 기후 빅뱅으로부터 현재 인류세에 이르기까지 지구 역사를 짚어보며 기후변화의 맥락을 설명했습니다. 60기압 300도의 고온 고압 상태로 땅과 공기밖에 없었던 원시 지구는 38억 년 전 물 생성이 생명 탄생의 토대가 되었고, 이후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그리고 육상 생물로 진화해왔습니다. 소장님은 현재는 과거 다섯 번의 대멸종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여섯 번째 대멸종 시대이며, 이전의 대멸종이 자연적인 요인이었다면, 현재의 멸종은 인류의 활동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의 간섭이 적었던 시기의 기후를 살펴보며, 수백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는 동안 단 5도 정도의 온도 변화가 지구의 육지 면적 33%를 얼음으로 덮고 해수면을 100-130미터나 변화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위협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했습니다.
생물다양성 소실이 기후 위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강연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생물다양성 소실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 촉구였습니다. 소장님은 현재 5백만에서 5천만 종으로 추정되는 지구상의 생물 중 2백만 종 미만만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을 뿐이며, "지구의 허파"인 열대우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커피, 바나나, 파인애플, 팜유, 초콜릿 등이 열대우림 훼손과 직결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소비 습관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비교적 높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많은 나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으로, 농업을 위한 서식지 훼손, 벌목, 도시 개발, 산불, 외래 침입종 등을 나무 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소나무 이야기: 기후변화의 흔적을 담은 역사
강연은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소나무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소장님은 침엽수가 주로 중위도 온대 기후 지역에 번성하며, 이는 OECD 국가들의 위치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들이 중생대부터 존재해 온 지구 역사의 산 증인임을 강조하며 그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조선시대의 다양한 기록을 분석한 결과, 소나무는 예로부터 경상도와 강원도 지역에, 잣나무는 북한 지역에 주로 분포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28종 소나무 중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눈잣나무 등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여 보존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도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숲의 가치와 우리의 노력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공우석 소장님은 현재 우리나라 숲의 현황을 진단하며 미래를 위한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국토의 약 63%가 산림으로 덮여 있어 OECD 국가 중 높은 산림 밀도를 자랑하지만, 급격한 조림 과정에서 외래종과 특정 수종의 편중 문제가 발생했으며, 잦은 산불 또한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장님은 숲이 우리에게 1인당 연간 약 430만 원에 달하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숲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높아졌다고 언급했습니다. WHO 권고 기준인 1인당 9평방미터에 크게 못 미치는 서울의 도시림 면적 현실을 지적하며, 도시 내 숲을 보존하고 확대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쌈지숲 조성, 가로수 다층화 등을 통해 도시 생물다양성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무와 숲이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의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숲이 제공하는 피톤치드, 음이온, 토양 보전, 온습도 조절, 소음 감소 등의 혜택을 통해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령 키즈카페 대신 숲에서 아이들이 자연을 경험하고 배우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공우석 소장님은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적응할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개인부터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의식주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구의 땅, 공기, 물, 생물, 흙의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지혜로운 소비자 & 현명한 유권자"가 되어야 하며, "우리는 환경의 피해자인 동시에 원인 제공자, 가해자"라는 냉철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지구와 공생하는 Homo symbiosis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숲이 사라질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대담] 지구법 관점에서 본 기후위기와 숲 – 이재홍 교수 & 공우석 소장

공우석 소장님의 강연에 이어, 지구법학자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재홍 교수님과 함께 기후 위기와 숲의 문제를 지구법학의 관점에서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분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대담을 시작하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실천적인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생생한 대화 속에서 오고 간 주요 논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재홍 교수: 오늘 대담을 시작하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이야기를 꺼내고 싶습니다. 그림 자체뿐만 아니라 그림에 얽힌 사연까지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세한(歲寒)' 즉, 추운 날씨가 되면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잎을 늦게까지 푸르게 유지합니다. 이는 공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김정희 선생이 제주 유배 시절 자신을 챙겨주었던 이에게 보답하고자 그린 그림인데, 저는 이 그림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다가온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의 '백(柏)'이 측백나무인지 잣나무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요.
공우석 소장: 네, 한자가 두루뭉술하게 쓰여 있어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잣나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제주도에는 잣나무가 자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잣나무라고 보는 측에서는 김정희 선생님이 유배 오기 전 잘 나가던 시절을 떠올리며 잣나무를 통해 희망을 표현했을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저는 수종 자체보다는 변치 않는 푸른 잎을 가진 나무, 즉 사철나무의 속성을 강조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재홍 교수: 오늘 대담에서는 세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강연 내용에 대한 질문, 둘째는 책 『숲이 사라질 때』에서 감명받았던 부분, 특히 일상적인 실천과 관련된 내용, 그리고 마지막은 지구법학의 관점에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먼저, 오늘 강연에서 최근 산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우리는 산불의 경우는 명백한 "피해"로 인식하지만, 개화 시기나 단풍 시기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변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봄에 꽃이 일찍 피면, 한꺼번에 피니 예쁘다고 좋아하고, 가을에 단풍 든 나무 위에 눈이 쌓이면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우석 소장: 근본적으로 모든 문제가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자연을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좋고 옳은 것인지는 자연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겨울에 딸기를 먹는 행위입니다. 왜 우리는 추운 겨울에 난방을 하고, 남반구에서 수입한 벌을 비닐하우스에 풀어 꽃가루를 옮기게 하고 결국 죽게 만들면서까지 딸기를 먹어야 할까요? 인간 중심적인 편리함 추구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궤도로 우리를 이끌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미래세대들은 이러한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기성세대들의 깊은 반성과 궤도 수정이 절실합니다.
이재홍 교수: 미래세대들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어릴 때부터 겨울에 딸기를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대들이 자라고 있으니,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편리함과 인간 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산불과 같이 명백한 한계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경각심을 갖게 됩니다. 소장님께서는 산불을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우리가 스스로의 존재 기반을 허무는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결과가 시간이 걸려 돌아올 뿐, 우리는 손해가 눈앞에 닥칠 때까지 편리함과 이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넓은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 기반을 허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자멸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요? 만약 해결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공우석 소장: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산불에 대해서도 우리는 흔히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원인 분석, 과정 점검, 결과 평가,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까지 이어질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대부분의 산불이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왜 끊임없이 발생하는지, 예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지 답답합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 보급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많은 산불을 예방할 수 있을 텐데요. 피해 규모는 얼마냐, 누가 잘못했냐 등에 대한 논의에만 집중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건설적으로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 해법을 모색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제도권 교육에서부터 토론식 교육이 부족했고, 상대방의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회적 갈등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안타깝습니다. 언론 역시 편향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기대했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 종교, 언론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고, 어떻게 해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자성해야 합니다.
이재홍 교수: 법을 전공하고 실무를 하다 학교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저 역시 도달한 결론은 교육의 중요성입니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현재 우리 교육 시스템에는 이 부분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훌륭한 교사를 양성해야 하는데, 이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교육 혁명에 성공했을까요? 핀란드의 교육 혁명 사례를 보면, 핵심은 교사를 잘 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교사에게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업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교사들이 창의적으로 수업을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우석 소장: 부모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가르쳤나? 한국 사회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경쟁을 요구하고 당연시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이제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딸아이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몽골에 열흘 간 봉사활동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몽골에서 물을 길어오는 힘든 경험도 하고, 어렵게 길어온 물을 누가 훔쳐 가서 울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고입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그런 봉사활동을 보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가 세상을 더 넓게 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결국 부모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 가정, 학교 교육, 종교 활동, 언론 등 우리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든 사회 문제든 나부터 먼저 변화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 변화의 첫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재홍 교수: 개인의 실천에 대한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숲이 사라질 때』를 읽으면서 채식과 커피를 끊으신 부분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힘든 점은 없으셨는지 인간적인 면모도 듣고 싶습니다.
공우석 소장: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는데, 선생으로서 제가 하는 말대로 살고 있는지 늘 고민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사이폰 커피를 마셨을 정도로 커피 애호가였습니다. 기상 후 커피를 마시는 것이 30년 넘게 저의 첫 일과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의 시간에 열대우림 이야기를 하면서 무심코 커피를 마시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인데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쉽기보다는 조금 도전이 되는 일부터 시작하고 싶었고요. 그 첫 번째가 커피를 끊는 일이었습니다. 30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마시던 커피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커피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가끔 제 코에 커피를 들이대고 놀리기도 하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커피 마시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커피를 마시더라도 지구에 덜 부담을 주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기를 끊는 것은 커피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후퇴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식 자체를 안 하려고 했지만 결국 페스코 단계까지 후퇴했고, 유제품과 달걀도 먹다가 최근에는 물고기까지 먹게 되었습니다. 물고기를 먹게 되었을 때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너무 없어서요. 계속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상당 기간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서요. 그러다 어느 날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했더니,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한두 명이라도 이 이야기를 듣고 변화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라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책에도 쓰게 되었습니다.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20대 여성 중 10%가 비건이거나 채식을 지향한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 비율이라면 분명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기를 먹음으로써 아프리카 어딘가의 어린이는 굶주리고, 북한에도 기아가 존재합니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지만, 제가 먹고 버리는 음식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생산, 소비, 가공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일단 아는 것이 중요하고, 알고 나서 선택해야 합니다. 한두 가지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재홍 교수: 커피를 마시더라도 덜 부담스러운 방법이 있다고 책에 언급하신 내용이 기억납니다.
공우석 소장: 네, 가능하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플랜테이션 방식보다는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된 커피, 현지 가난한 농민들이 화학 비료와 농약을 덜 사용한 유기농 커피, 그리고 열대우림 연합에서 인증한 커피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정무역 커피', '친환경 커피', '열대우림연합 인증 커피' 등으로 검색해 보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가격이 조금 비쌀 수 있지만, 세 잔 마실 것을 두 잔만 마시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산차와 미숫가루, 말차를 즐겨 마십니다.
이재홍 교수: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마하트마 간디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어떤 어머니가 아이의 설탕 과다 섭취를 걱정하며 간디에게 아이를 혼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간디는 일단 그 아이를 돌려보냈다가 며칠 후 어머니와 다시 찾아온 그 아이를 혼냈다고 합니다. 이유를 묻자, 그때는 자신도 설탕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웃음) 언행일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구법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공우석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중에서 나의 윤리관이나 가치관에 비추어보았을 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사실 법은 필요 없습니다. 법은 그러한 윤리적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제하기 위한 것이죠.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윤리적 의무이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민법이나 형법 조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돌봄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법 조항이 필요 없습니다. 이는 지구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의 모든 존재로부터 나오는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인간이 만든 법에 의해 정당화된다면 그 인간의 법은 무효다, 라는 것이 지구법학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인간이 만든 법 위에 지구법이 존재하며, 이 지구법은 지구의 모든 존재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공진화 과정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방향에 부합하는 것은 지구법에 합치되는 것이고,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구법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법이 무엇이든 간에 무효라는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자연의 권리 침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강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왕거누이 강의 사례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구법학은 아무래도 법학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방법, 즉 메커니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제적인 방법과 교육 및 윤리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강요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법학을 전공하면서도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말라 죽어가는 것을 그저 신기한 풍경 정도로 여겼었는데, 선생님의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어떤 방법이 보다 유효하고 효과적일까요?
공우석 소장: 우리가 인간이다 보니 자기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사회 시스템 또한 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강자가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가하는 위해보다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파괴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또한 자연이 훼손되었을 때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답은 자명합니다. 모두 다 알고는 있습니다. 결국 자연에 대한 배려심, 공생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저 또한 산에 다니며 자연을 많이 접했다고 자부했지만, 최근에 느낀 것은 산속의 생명체들이 단순히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끊임없이 경쟁만 했다면 10년 전에 보았던 작은 식물이 사라졌어야 할 텐데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며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자연의 섭리를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우리 주변의 존재들이 나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그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특히 약자에 대한 존중심이 중요합니다. 교육, 특히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가치관을 가르쳐야 합니다. 언론이나 사회 전체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고무적인 것은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중 처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장 한 잔이라도 커피를 줄여보겠다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이재홍 교수: 강자의 약자에 대한 배려, 이는 지구법학에서 이야기하는 중요한 가치이며, 한스 요나스의 윤리적 책임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개개인이 균형과 공생의 관점을 갖게 된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며 오늘 대담을 마무리합니다. 귀한 시간 내어 좋은 말씀 들려주신 공우석 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우석 소장님의 숲이 사라질 때 강연과 이재홍 교수님과의 대담은 피상적인 환경 문제 제기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깊숙이 연결된 문제들을 날카롭게 짚으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실천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법의 역할뿐만 아니라 개인의 윤리적 성찰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참여자들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는 강요가 아닌 "감동"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과 나부터 하는 작은 실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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