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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업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경로 - 강금실 (강정혜, 『기업법의 도전 협동조합』 서평)
  •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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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경로


17세기 유럽의 동인도회사에서 비롯된 법인의 제도화는 기업활동의 자유와 무한성장을 보장하여 산업문명 팽창기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 최근들어 기업에서 ESG(Environment Social Value Governance)경영으로 전환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러한 기업의 발전이 지구시스템의 파괴와 인류 생존의 역설적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ESG는 기업의 생산활동 뿐 아니라 의사결정과 평가에도 지구친화적 인본주의의 가치가 도입된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다. 수백년된 산업문명의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시기는 기존 제도와 문화를 바꾸고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과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근본으로 돌아가 다양한 방식과 창의적인 생각들이 제안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정혜 교수가〈기업법의 도전 협동조합〉을 출간했다. 저자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로 회사법 업무를 했고, 로스쿨에서는 상법과 기업법 강의와 연구를 해왔다. 저자의 실무경험과 그동안 학계에서 정진한 결과물이 이 책에 녹여져 있다. 이 책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반가운 이유는 전환의 시기에 우리의 시각을 넓혀주고 심화시켜주는 관점과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협동조합들이 많이 설립되고 있지만 법적 관점에서 이를 분석한 출판물은 드문 상황이다. 저자는 “공동체(community)와 연대(連帶)”의 시각에서 우리의 상황을 짚어보고, 협동조합을 공동체의 기초인 관계성의 문제의식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우리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이 세계적인 초거대 기업과 대조적으로 〈협동조합〉에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로 인간적 관계 단절로 인한 개체화와 소유권의 파편화, 분절화된 현대에 우리 안에 내재하는 원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제안한다. 우리가 연대하고 국가와 시장에 대응하는 공동체(community)를 구축해야 하며, 협동조합은 그러한 공동체 구축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협동조합 기업체가 잘 작동되고 있는 주요한 사례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상세히 소개한다.

저자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화시킨다는 주장을 언급한다. 능력주의에 편승한 엘리트는 엘리트대로, 편승하지 못한 패배자는 그들대로 불행하다. 협동조합은 능력주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서 우리는 대전환기의 새로운 공동체와 공유commons를 구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공익적 동기를 가진 공동체적 결속이나 연대, 협력이 필요한데 치열한 한국형 위계 구조 하에서는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이러한 저자의 제안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새로운 경로를 일깨워준다. 이 책이 ESG와 아울러 협동조합의 원리들을 통해서 새로운 기업법의 발전 방향을 탐구해나가는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강금실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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