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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강금실 사단법인 선 이사장 인터뷰
  • 2018-07-25
  • 1916
“2011년 구제역이 유행할 때, 아침에 신문을 펼쳤다가 본 사진의 충격을 잊지 못해요. 집에서 0.5㎞ 남짓 떨어진 임진강 인근 살처분 매몰지에 독수리 떼가 몰려든 사진이었는데, 파국의 예감 같은 느낌이 들었죠.”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원 사무실에서 강금실 사단법인 선 이사장은 7년 전 아침, 신문에서 본 섬뜩한 광경이 아직 뇌리에 생생하다. 그날의 충격은 강금실 이사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가축 살처분 실태와 쟁점을 진단한 ‘생명을, 묻다' 토론회를 열어 법적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환경단체나 동물보호단체가 아닌 화우공익재단, 재단법인 동천, 사단법인 선 등 공익법률재단이 주도한 프로젝트다. “여러 로펌, 국회의원 등이 모여 가축 살처분 문제와 관련해 입법과 제도 개선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이사장이 생명 문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15년 포럼 지구와사람을 창립한 이후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을 다니면서 생태문명에 관심을 갖게 됐고, 긴 공부 끝에 생태문명 모색을 기치로 내세운 포럼 창립으로 이어졌다. 이 포럼 대표이기도 한 그는 “여러 회원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명을 다루고 있는 것(가축 대량 살처분 등)조차 눈감아 버린다면 공부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년간 가축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대두됐던 대량살상 문제에 더해 앞으로는 매몰지 오염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축 살처분 문제에는 중요한 열쇳말 두 개가 숨어 있어요. 폐기물 문제와 생명의 대량살상. 지금 우리가 어쩌지 못하고 실려 가고 있는 산업 문명의 급격한 성장 속도를 (그래프로 그리면) 70도 정도의 각도라고 하면, 그 선 아래 쌓여 있는 엄청난 이면이 이 두 가지이죠. 지구와 생태계의 리듬을 깨고, 엄청난 생명 쓰레기를 만들었다는 것.”

그는 대량생산 체계에서 분절화된 산업으로 인해 주목하지 못했던 생태 위기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고 자체를 지구와 생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을 온전하게 처우하는 것으로 인류 문명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이를테면 동물도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처럼, 법 제도에서 보호 대상을 지구 전체로 넓히자는 것이다. “저도 사실 법대 다니며 공부할 때 아무 문제를 못 느꼈어요. 근대법에서 동물은 물건이라고 보거든요. 인간이 주체이고 나머지를 사유재산으로 보는, 당시에는 개개의 측면에서 사유에 대한 성찰이 가능한 혁명적인 내용이었겠지만, 이 법체계 하에서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는 걸 이제 모두 알잖아요.”

강 이사장은 일렁이는 변화의 증거로 독일, 스위스 등이 내세운 동물의 권리, 뉴질랜드 원주민이 오래 투쟁해 얻은 강의 권리 등에 대해 말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권리를 인정했을 때, 그가 기대하는 변화는 어떤 것일까. “다양성이 회복되지 않을까요? 효용성과 쾌락을 줄이는 대신, 어떤 것에 대한 ‘다움'도 인정되는 거죠. 모든 것을 사물화해서 일률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돼지는 돼지다움, 소는 소다움, 나무는 나무다움을 얻는 거죠. 설령 가축으로 태어나 도축되더라도 살아있는 동안은 그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예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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