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법강좌

지구법강좌는 지구법(Earth Jurisprudence)을 국내에 소개하고, 현재 인간중심주의의 산업문명이 초래한 폐해들을 다루며 대안을 연구,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사단법인 선과 공동 주최로 연 4회 개최하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지정 변호사 인정 연수 프로그램으로, 주요 대상은 거버넌스 체계의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법률가-변호사와 로스쿨생 등입니다.

지난 강좌 소개
2018 지구법강좌 제 1회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법적 쟁점과 과제' (3월 7일)
  • 2018-05-07
  • 108






2018년 3월 7일, 올해 첫 지구법강좌가 법무법인 원에서 개최됐다.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함태성 교수는 이날, 살처분되는 동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축으로서의 농장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강연 내용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크게 돌았다. 4000만 구 이상의 동물이 살처분되었고 피해보상액, 방역비 등 직간접적인 피해도 수 조원에 달한다.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에 속한다. 인간과 동물은 즉 인간과 물건의 관계와 같다. 그래서 이야기 나오는 것이 바로 동물법이다. 인간의 법은 인간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야를 말하지만, 동물의 법은 동물 고유의 이익, 가치, 생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법의 범주다. 이처럼 가축전염병이 상시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동물 살처분의 실태와 문제점


1. 살처분 결정과 집행의 문제점

농장동물을 주제로 한 〈잡식 가족의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영화는 아들에게 살아 있는 돼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이 수소문 끝에 돼지를 기르는 곳에 가서 공장식 축산이 이뤄지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을 목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돼지고기가 유통되는 모습을 통해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담았다. 영화 속에서 주목할 것은 감독의 남편이자 수의사의 감정적 변화다. 그는 영화 초반 인터뷰에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 중요하다. 동물권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대규모 살처분 현장에 남편이 투입되고 난 후, 크게 생각이 바뀐다. 또,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은 농장에 가서 예방적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현상을 겪는다. 

‘고라니의 꼬리’는 고라니의 꼬리를 모아 놓은 사진 작품이다. 현재 농장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는 유해한 야생 동물을 포획하면 한 마리당 50만 원씩을 지급한다. 포획단은 고라니의 꼬리를 증거 자료로 제출하는데, 한 해 동안 포획한 고라니 수는 11만 구에 달한다. 야생동물에 대한 처리 역시 살처분에 관한 주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특정 목적을 위해 동물의 생명을 박탈하고 처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토양 및 지하수 등 2차 환경오염 문제

동물 사체의 사후 처리와 관리가 미흡해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 및 지하수 오염, 부근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신체 건강과 주변 정화를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살처분된 동물 사체의 사후 처리 및 관리에서 법정 매몰 기간은 3년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도 동물의 사체는 썩지 않고 남아 있다.


3. 살처분 참여자 피해

각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살처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집단으로 정신치료에 나서는 등 관련 피해가 심각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PTSD 호소하는 축주, 공무원 다수 발생하고 있다. 법원 역시 살처분에 참여한 뒤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4. 재정적 측면

살처분으로 인한 피해 축산농가의 보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철저한 방역을 위한예산운용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살처분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이 수조 원에 이르는 등 국가 재정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리스크 사회’와 예방적 살처분


1. 살처분의 개념

질병 관리나 생태계 관리 등 일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동물의 생명을 박탈하여 소각, 매립 등의 방식으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 살처분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동물, 고통을 느끼는 주체로서의 동물(쾌고감수능력 또는 지각력)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다. 살처분 결정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엄격한 요건 하에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집행 과정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가축의 생명을 소각, 매립하는 방식 등 생태계 조절이나 농작물 피해방지 등을 위하여 야생동물 포획, 사살 매몰 처리하는 것까지 광의의 살처분도 포함한다.

- 질병 및 재해관리 목적의 살처분(가축전염병 예방법상의 살처분, 실험동물법상의 살처분), 생태계 관리 목적의 살처분(야생생물법상의 야생화된 동물에 대한 조치, 생물다양성법상의 생태계교란동물에 대한 조치), 농작물 피해 등 재산상 손해 방지 목적의 살처분(야생생물법상의 유해야생동물에 대한 조치) 등

- 살처분은 그 대상 동물에 따라 농장동물, 실험동물, 반려동물(관경병 주사를 맞지 않은 개, 고양이 등), 야생동물에 대한 살처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2014. 4. 24. 자 2013헌바110 결정) 비야생동물에 대한 살처분, 야생동물에 대한 살처분으로 구분하며 전자는 소유권의 객체,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동물의 살처분을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 내의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인간에 대한 법익 침해의 중대성과 긴급성에 따라서 적극적 살처분(질병의 전파가능성, 위해성이 매우 크거나 생태계 훼손의 가능성이 매우 커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 재산 등에 중대한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과 소극적 살처분(인간에 대한 법익 침해의 중대성과 긴급성은 크지 않으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짐, 유기동물 안락사)으로 구분한다. 그 외에도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① 강제적 살처분 : 국가 등의 명령에 의한 살처분으로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는 침익적 행정행위, 법률유보원칙, 법령에 근거를 두어야 함 

② 임의적 살처분 : 동물 소유권자 등이 방역, 상품성 확보를 위하여 살처분하는 것

③ 사후적 살처분 : 질병 감염 확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 역학조사나 정밀검사 등을 통하여 질병의 감염 등을 확인하고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시행되는 살처분, 확인된 위험 또는 확실한 위험에 대한 대응 방식.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 제1항 본문)

④ 예방적 살처분 : 가축전염병 등 질병감염으로 인한 피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선제적 조치로 이루어지는 살처분. 잠재적 위험, 불확실한 위험에 대한 대응 방식.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 제1항 단서)


2. 예방적 살처분과 사전 배려의 원칙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처럼 현대 산업자본주의 사회가 심화되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가습기 살균제 등 화학물질 관리 문제, 전자파 위해성 문제, GMP의 위해성 문제, 살충제 계란 사태 등 인간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위험 사회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리스크법이 대두되었고, 사전배려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을 확대시켰다. 독일의 경우 위험(Gefahr)은 사회적으로 확인된 위험으로, 경찰행정법상 위험방지조치를 취하고, 리스크(risiko)는 잠재적 위험으로 보고 사전 배려적 조치를 취한다. 잔존리스크(Restrisiko)는 법적 규율 대상이 아니다. 아래와 같이 강도를 판단해 조치한다.


1 확실/ 2 거의 확실/ 3 매우 개연적: 고도로 개연적/ 4 개연적: 평균 이상/ 5 평균 / 6 가능성: 평균 이하 / 7 가능할 수 있음 / 8 거의 가능하지 않음 / 9 불가능


1, 2 - 사후적 살처분

3,4,5 - 예방적 살처분

7,8 - 법적규율 없음


3. 리스크법과 동물법의 긴장관계와 교차점

리스크법은 사전배려원칙을 적용하고, 동물법은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이 두 법은 서로 충돌한다. 리스크법 입장에서는 예방적 살처분도 주요 고려 정책 수단이 된다. 반면 동물법적 입장에서는 살처분의 대상이 되는 동물에게도 고유한 이익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에 질병 관리 정책의 선택에 있어서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려고 한다.




예방적 살처분의 법적 근거와 법적 성격


1. 법적 근거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 제1항 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만한 경우,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실험동물법, 야생생물법, 생물다양성법


2. 법적 성격

2014. 4. 24. 자 2013헌바110 결정: 결정문

예방적 살처분에 관한 사건에서 다른 판단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 보면 헌법 제23조에서는 재산권 보장 문제로 판단한다. 우리 헌법에서 동물의 위치는 기본적으로 자원이고 재산이기 때문이다.

리스크 문제 대응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리스크에 대하여 법이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개입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등을 정하는 일이다. 사전배려 원칙 적용 요건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①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 ②최소한의 과학적 근거가 있을 것 ③수긍할 수 있는 위험의 존재 ④사회적으로 수인 가능성이 없을 것 ⑤발생 가능한 손해가 중대하고 회복할 수 없을 것 등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방적 살처분의 쟁점과 법적 과제


1. 동물 복지와 예방적 살처분

익산 참사랑 농장 사례 : 2017년 2월 27일 익산시 참사랑 농장에서 2.1km 떨어진 하림 육계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3월 7일, 2.4km 떨어진 다른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익산시는 조류독감 발생 농장 반경 3km 안에 있는 닭들의 살처분을 결정했다. 이후 낸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고, 즉시 항고하자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의 판결 선고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됐다. 광주고법(전주)은 (2017루 1002)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동물복지에 입각한 축산이 리스크 영역에서 잔존리스크 영역으로 가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공장식 축산에서 동물복지형 축산으로

동물복지는 리스크를 축소시킨다. 자연적 본능, 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금자리 제공하고, 갈증이나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않도록 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 동물법은 학대 금지 등 인도적인 배려를 하는 등 동물의 복리와 관련된 모든 것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동안 동물 관리는 축산업, 공중보건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AI 방역은 공장식 밀집 사육 여부가 갈랐다. 


3. 동물의 존엄과 가치

생명을 박탈하는 殺의 과정은 소각, 매립 등의 방식으로 처분(處分)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질병 관리 또는 생태계 관리 차원에서 동물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에 대하여는 도덕적, 윤리적 차원뿐 아니라 법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살의 과정은 인도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처분의 과정은 즉 ‘폐기물로 처리되는 과정’인데 과거 생명의 주체였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산채로 생매장되지 않을 이익, 물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이익, 신재생에너지로 처리되지 않을 이익이 동물에게는 있다. ‘존엄성(dignity)’이 인간에게만 허용된 것인지,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도 허용될 수 있는지, ‘동물의 존엄성’도 우리 입법체계 내에서 규범화가 가능하고 필요한지 등 동물의 존엄성도 실정법에 편입될 수 있는 가치개념, 관계개념이 필요하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기초로 본질과 내용이 형되면 여기에는 특수한 이익의 형량(balancing) 개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4. 전통 법학의 변화 모색

독일 기본법 20a에는 국가에게 동물보호 책무를 부여하며 독일 민법 90a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한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대한 입법론: 동법에 질병의 전파 또는 확산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당 지자체 장은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살처분을 유예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방안 검토.



질의응답


1. 살처분 자체가 바람직한가? 굳이 살처분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 살처분 관련 조항의 기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기는 한데, 그 조항 자체가 타당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 법이 집행되기 전의 과정이다. 절차와 과정에서 조율되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2. 단기간 대량 동물 살처분에 있어서 ‘폐기물관리법 3조 6항’은 국가, 환경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 근거가 된다. 침출수 발생하더라도 지표면으로 나오지 않으면 환경청의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법이 상충되는 부분이다.

- 환경법과 동물법이 충돌하고, 상충되는 영역이 있다. 가축전염예방 영역, 토양지하수 영역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방향을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3. 예방적 살처분 거리 근거는 무엇인가?

- 정확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임상학적 근거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류독감은 공기 중에 전파된다. 기온에 따라 몇 십 킬로까지 굉장히 멀리 전파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3km도 무의미하다는 반론이 있다. 즉, 절대적인 거리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다.

첨부파일